제목 |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특별상 문화예술부문 수상자 결정문 | 작성일 | 12-01 00:13 |
글쓴이 | 최고관리자 | 조회수 | 3,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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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특별상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 결정문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심사위원회는 제주도의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맞서서 자발적으로 멸종위기종 모니터링을 하고 문화예술 저항운동으로 승화시켜 온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을 2020년 삼보일배오체투지상 특별상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제주에는 비자림로가 있습니다. 한 때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 부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던 길이고, 그래서 관광객들이 일부러 드라이브하러 오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2018년 8월 제주도가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실시했는데, 언론보도를 통해 수 백 여 그루의 삼나무가 무참히 잘려 나가는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나 둘 모여 들어 시민모임이 시작됐습니다.
2018년 8월 12일, 이들은 915그루의 삼나무가 베어진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 서서 나무 대신 아파하고, 나무 대신 목소리를 내고, 나무가 되어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이 모습이 전국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제주도는 공사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2019년 3월 19일, 7개월 만의 공사 재개를 하루 앞두고 시민모임은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 ‘집’을 지었습니다. 죽음의 현장에서 삶을 살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는 싸움이 아니라 기록을 통해 개발에 저항하려 한다. 시민 모니터링단은 어떻게 비자림로가 파괴되고, 삼나무가 학살되고, 제2공항이 시작되는지 24시간 기록하려 한다.”
시민모임은 죽음을 기록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살려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시민모임은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공사 구간에서 멸종위기종을 잇달아 발견했습니다. 시민모임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문제 제기했고, 이를 받아들여 제주도에 환경저감대책 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렀습니다.
2019년 6월 제주도가 전문가들과 함께 비자림로 생태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했을 때 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 으름난초, 팔색조, 붉은 해오라기, 긴꼬리딱새, 맹꽁이, 붉은배새매 등 8종의 멸종위기 생물과 원앙, 두견이, 붉은배새매, 팔색조, 솔부엉이 등 5종의 천연기념물의 서식이 밝혀졌습니다.
2020년 5월 27일에는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권고를 무시하고 공사를 재개했다가 단 하루 만에 공사를 중단했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습니다. 현재, 멸종위기종에 대한 대체 서식지 확보 등 후속조치가 이행되고 있으며,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시민모임은 지난 3년간 숲의 말을 사람에게 통역해 주었습니다. 그들이 쓰는 언어는 예술입니다. 그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숲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에 말을 걸었습니다.
2020년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간 제주시내 한 전시장에서 <낭 싱그레 가게 결과보고전>이라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낭 싱그레 가게’는 제주어로 ‘나무 심으러 가자’라는 뜻으로, 비자림로 공사의 부당성을 알리려고 기획된 시민들의 예술 저항 운동입니다. 2020년 4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삼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시민 180명이 참가하여 제주 자생목 묘목 300그루를 심었습니다. 21명의 예술가가 이 과정을 시, 그림, 영상, 음악, 무용 등 각자의 언어로 기록하고 표현하였고, 지난 3년간의 시민모임의 활동기록도 전시 되었습니다.
오체투지 환경상 심사위원회는 시민모임의 힘이 무엇보다 소통에 있었고, 그들이 언어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을 제1회 오체투지환경상 특별상 문화예술 부문 수상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인 비자림로가 온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결정문 대표 정리 : 장하나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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