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발표하는 (사)세상과함께 호소문 | 작성일 | 12-01 10:12 |
글쓴이 | 최고관리자 | 조회수 | 3,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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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발표하는
(사)세상과 함께 호소문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이 땅의 품에 안기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온 숨을 땅에 바치고, 땅이 베풀어 주는 기운으로만 기어서 가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나의 오체투지가 온전히 생명과 평화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9월, 수경 스님이 4대강사업에 반대하며 108일 동안 2회에 걸쳐 지리산 노고단부터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임진각까지 총 596여km를 걷는 오체투지에 나서기 직전에 쓴 기도문 일부입니다. 수경 스님은 2003년 3월에도 65일 동안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광화문까지 305㎞를 삼보일배 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탐욕으로 하염없이 허물어지는 만물 공동체를 지키려면 너나없이 참회해야 한다는 호소였습니다. 자벌레처럼 땅바닥을 기어가면서 온몸으로 올린 성찰의 기도였습니다.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는 뭇생명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인간의 이기심에 맞섰던 묵언의 저항이자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사람의 길을 걸으며 떠난 고행의 여정이었습니다.
그 뒤 10여년이 지났지만 4대강 16개 보는 여전히 강의 숨통을 막고 있습니다. 기어코 새만금을 막았지만, 그 결과는 30년전 장밋빛 개발의 열매가 아니라 생명의 사체만이 즐비한 죽음의 땅 뿐입니다. 기후위기라는 낭떠러지가 앞서 있는 줄도 모르고 제 욕망에 취한 인간들은 여전히 개발과 경제성장이라는 허상을 쫓아 숲을 베고, 바벨탑을 쌓듯이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가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이하 오체투지 환경상)을 제정한 것은 현장에서 분투하면서 이 죽음의 악순환을 끊으려고 노력하는 환경인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안의 탐욕을 성찰하면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해 삼보일배 오체투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오체투지환경상 심사위원회는(심사위원장 이철수)는 이 뜻에 맞는 이들을 제1회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만을 추구하는 이 죽음의 질주를 멈추고, 몸을 낮춰 되찾아야 할 생명평화세상을 위해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하나,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보 해체를 결정하십시오. 속히 ‘금강-영산강 보 처리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하고, 해체 시기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합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한강과 낙동강 보의 처리 문제 등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4대강재자연회 공약 이행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3년만에 22조라는 세금을 들여 무시무시한 속도로 만들어냈지만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는 3년 동안 그 보 중 단 한 개의 해체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4대강 재자연화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직무유기입니다.
지금도 보 유지보수에만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아직 수문조차 열지 못하는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은 매년 녹조가 창궐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 처리 여부에 대해 하루속히 결단을 내리고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하나,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2050년 넷제로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단호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가 1.5°C 이상 뜨거워지면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생물서식지의 절반이 사라져 수많은 멸종이 예상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는 2010년 대비 45%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단호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석탄화력과 핵발전에 의존하는 현재의 에너지 구조를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단호히 전환해야 합니다. 미세먼지, 핵폐기물 등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하나, 정부는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해수유통을 즉각 결정해야 합니다.
최근 공개된 환경부의 2단계 수질종합평가 보고서에서도 수질개선 대안으로 해수유통을 제시했습니다. 지금까지 4조원 이상의 수질 개선비용을 투입했지만, 새만금 수질은 4급수 이하로 떨어졌고, 수많은 새들과 저서생물이 사라졌습니다. 생명의 갯벌은 수질악화와 육상화로 인해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개발 계획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썩은 물 위에 세운 도시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전면적인 해수유통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수많은 환경 현안이 전국에 산재해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한 전국의 공항 건설 계획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고,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이 사는 지리산에도 산악열차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던 제주 비자림로의 나무들도 잘려나가고, 자연 생태계가 보전된 DMZ 지역은 남북연결 도로, 철도 등 개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을 겪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4대강 재자연화’ ‘탈핵’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 보여주었던 환경 철학은 정책으로 온전히 구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또 친환경 정책을 통해 경제를 잡겠다는 그린 뉴딜 정책에서조차도 개발과 환경파괴를 녹색성장이라 덧칠하던 이전 정부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2020년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기준이 되는 급격하고 혼란스러운 해 였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는 각자도생의 격리된 삶을 살아가면서 가족과 친구, 이웃 간 서로의 온기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활동이 잠시 멈추자 미세먼지로 인해 볼 수 없던 푸른 하늘을 잠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것은 더 많은 개발과 소유가 아니라 자연의 온기이며 사람의 온기임을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이제 우리를 땅에서 멀어지게 한 자본이라는 디딤돌, 더 많이 소유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 환상을 깨버리고 맨발로 땅을 밟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생명의 온기를 들이마셔야 할 때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면서 제 몸집만을 불리는 자본의 질주를 막고, 인간다움을 잃게 만드는 숨 가쁜 성장일색의 우리 사회를 멈춰서게 해야 합니다.
땅, 그 한 줌 흙에 살아있는 생명의 흐름이 결국 우리를 구원하고 지구환경을 회복시킬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뭇생명을 지켜내는 일이 결국 우리를 지켜내는 일 임을 알아야 합니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세상의 소리를 이제는 더 비워내야 합니다. 덜 소유함으로 비로소 채워지는 우리 공동체의 따뜻함을 이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도록 해야 합니다. 세상과 함께, 그 가치를 위해 이제 이전과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사)세상과 함께는 환경 파괴의 현장에서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사람의 길을 걸으면서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삼보일배 오체투지하겠습니다. 함께 어깨동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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