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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터뷰] 발달장애인 자립의 꽃은 직업, 산돌학교 홍진웅 교장 인터뷰 작성일 05-29 01:38
글쓴이 최고관리자 조회수 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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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대안학교 ‘산돌학교’ 홍진웅 교장 인터뷰

“발달장애인 자립의 꽃은 직업”


평생교육 활동 정점이 직업을 가지는 것... 어떤 학생들은 월급을 모아 부모님께 500만원, 1000만원 용돈도 드리기도... 조금 느려도 되고 5분 안에 안 해도 되는 발달장애인들이 수행가능한 일자리가 필요... 직업을 가지는 것은 발달장애인 가정의 희망이자 혁신... 



너무 자주 우리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며칠 전 서울에 사는 40대 엄마가 발달장애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을 거두었고, 그 전날은 60대 엄마가 중증 뇌병변 장애인 30대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5월 24일 성명에서 “발달장애인을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한 사건의 경우 확실한 것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보다 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합니다. 실질적인 지원과 양육부담 개선 등 구조적 변화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지난 5월 20일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산돌팜 식품제조공장(군산시 성산면 여방1길 107)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군산의 특산물인 꼬꼬마양배추로 만든 건강음료가 올 가을부터 출시될 예정입니다. 산돌학교는 ‘파란장미 무인빨래방’ ‘산돌팜 딸기농장’ ‘식품제조공장’을 만들어 발달장애 학생들이 가능한 스스로 자립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과 직업현장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세상과함께는 어려운 재정상황에도 우리 사회가 해가야 할 일을 앞서 하고 있는 산돌학교의 노력과 활동에 깊이 연대하며 무인빨래방, 식품제조공장 설립비용 일부와 자립과 교육을 위한 활동을 지원해왔습니다. 자립과 직업의 의미, 취업 후 발달장애 학생들과 가족들의 변화가 궁금해 군산 ‘발달장애 대안학교 산돌학교’ 홍진웅 교장선생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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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학교 홍진웅 교장선생님. 산돌학교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중증발달장애 학생들도 교육한다. 비교적 기능이 좋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기능이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을 돕는 것은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 측면에서 상당한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 재정적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산돌 농장에 이어 식품제조공장까지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산돌학교가 2007년 3월 5일에 개교했습니다, 그때 산돌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이 초등5학년,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청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을 진학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학령기 때는 학교가 돌봄을 같이하지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면 오롯이 부모님이 책임져야 합니다. 진섭이가 가정으로 돌아가면 부모님은 경제활동을 중단해야 하고 24시간 진섭이 그림자가 되어야 해요. 그러다보면 가정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발달장애 학생은 기능이 퇴행하게 됩니다. 그것을 예방하고자 산돌학교 대안교육과정 1호 졸업생이 된 진섭이를 처음 염두에 두고 그 해 2010년,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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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섭(31세. 남) 산돌학교 대안교육과정 1호 졸업생. 

뇌전증, 발목 통증 등 신체적 어려움이 있지만 점점 직업 수행 능력을 익혀가고 있다. 진섭은 음악에 재능이 있다.



-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은 무엇인가요? 

평생교육은 학령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입니다. 비장애인 뿐 아니라 장애인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전반에 걸쳐 교육받고, 이러한 교육은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산돌학교의 평생교육은 이러한 관점에서 진행되어지고 있으며, 학령기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교육이 단절되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시작이 당시 최고 형님인 진섭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이었고, 문화, 여가, 일상, 기초생활 프로그램 등 필요한 내용으로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자립의 가능성에 가까워 질 수 있도록 강화했던 프로그램이 직업활동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흔히 직업을 자립의 꽃이라고 말해요. 발달장애인이 직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으면 왠만한 것들을 수행 할 수 있고 또한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는다는 것은 발달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에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평생교육 활동에 있어서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직업교육 및 활동은 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산돌팜 전에 파란장미 빨래방도 있었지요?

네. 무인 빨래방(2018년 개업)을 만든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 학생들 직업 훈련의 일환으로 군산에 있는 모 회사에서 스티커 붙이는 일을 받아 작업을 해 봤는데 결과적으로 불량률이 50프로가 넘어 그 회사에 큰 피해를 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깨달은 것이 아무리 좋은 일자리라 하더라도 발달장애인이 수행할 수 없는 직업은 의미가 없구나! 수행 가능한 일자리가 뭘까 고민을 했습니다. 세상과함께가 도움을 줘서 만든 것이 무인빨래방이었지요. 무인 빨래방이지만 세제를 넣고 비닐봉투를 갈고 동전을 넣어주고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 일들은 조금 느려도 되고 5분 안에 안 해도 되는 일들이지요. 이곳에 단비가 취업을 했어요. “단비는 기능이 어려운 친구인데, 과연 우리 단비가 이 일들이 수행 가능 할까요?” 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저희 산돌학교 선생님들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발달장애인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노동이라고...’ 처음엔 빗자루만 들고 서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단비가 수행할 수 있는 일들이 한 두 가지씩 늘기 시작했지요. 좀 느릴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출근하고 하루 2-3시간 일을 했습니다. 단비와 찬기 부모님도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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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단비(여. 31세) 파란장미 빨래방에서 일하는 단비는 미소가 환하다.

측만증으로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지만 매일 출근해, 느리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b6682543de8f614eb675948893afc017_1653974581_5886.jpg박찬기 (남. 25세) 파란장미 빨래방 직원 찬기는 한 번 들은 숫자를 그대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생년월일을 다 외운다. 



- 빨래방에 이어 산돌 딸기농장(2020년 준공)을 만든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일이라도 수행 가능한 일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은 일자리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농사일을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산돌 딸기농장이었어요. 흙이 주는 치유는 우리 발달장애인에게 최고의 선물이며, 이를 토대로 장애-비장애를 떠나 함께 일하고 돌보며 살아가는 공간을 꿈꾸었습니다.




- 산돌팜에 처음 취직한 청년이 태준과 진섭씨라고 들었습니다.

산돌팜은 투명하고 정확한 채용 절차를 걸쳤습니다. 산돌팜 1호 직원인 태준이는 성격이 밝고 적극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어요. 진섭이도 할 수 있는 지금의 능력보다는 해야 하는 당위성에서 많은 고민을 하였고 이러한 고민의 과정이 채용 과정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바깥 활동을 못하고 집과 학교에만 갖혀 있다 보니 많이 예민해지고 경우에 따라서 돌보는 선생님들이 다치는 일도 있었는데 산돌팜이 해방구였어요. 식물을 돌보며 태준이는 자신감이 더 늘었고 , 다른 아이들을 이끄는 등 책임감도 많이 생겼고 완전 분위기메이커입니다. 진섭이는 산돌학교 맏형인데 자폐장애로 간단한 언어 지시에 대한 수행은 가능하지만 언어 소통이 되지는 않아요. 또 진섭이는 전반적인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노동이예요. 그러나 그 친구가 작년 7월엔 수레 끄는 작업 활동이 가능했는데 느리지만 하나씩 기능이 습득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익혀가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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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준(28. 남) 산돌 딸기농장 1호 직원. 태준은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산돌 분위기 메이커이다. 식물을 돌보며 더 자신감이 늘었다.



- 취업으로 부모님들과 가족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발달장애인은 노령화의 시점이 조금 빠릅니다. 학부모 모임에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노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가 돌아가신 후 대안이 없으면 시설에 보내지게 될 거라고 암울하게 생각합니다. 직업을 가지고 하루 3시간 72만원 급여를 받으면서 아이들과 가족들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일방적 후원을 받다가 노동을 하고 소득을 가지면서 혼자 남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가족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지요. 발달장애인 가족은 장애 정도에 따라 외식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발달장애 청년들이 직업을 갖는 것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가정과 지역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치게 돼요. 실제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산돌학교 가정들에서 직업활동 성공사례를 보며 희망스런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발달장애인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면서 직업 활동도 잘 수행해갈 수 있도록 마음의 응원 부탁드립니다.



* 5월 20일 준공된 산돌식품공장에는 산돌 청년학생인 동환이와 현석이가 취업했고, 추후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전환되면 5-6명 정도 발달장애인 직원이 추가 채용될 예정입니다. 산돌의 발걸음을 세상과함께는 응원하고 연대합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교육과 활동을 응원 해주세요. 


<국내 발달장애 청년 자립 지원>


1) 산돌학교 지원 계좌 :  우체국 107342-01-001212 (사단법인 세상과함께)


2) 홈페이지를 통해서 후원하기 : ( 후원링크)  https://bit.ly/3lwPIHS 


기부금영수증이 필요하신 분은 세상과함께 사무국 010-5940-6198으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