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환경상 시상식 이야기 1편] 지리산 실상사에 ‘생명 평화 사랑꾼들’이 모였습니다. | 작성일 | 11-30 10:33 |
글쓴이 | 최고관리자 | 조회수 | 1,5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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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실상사에 ‘생명 평화 사랑꾼들’이 모였습니다.
제 4회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시상식,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활동현장 지리산에서 열려...
100여 명이 서로에게 귀기울이고 응원했던 토요일 전야제, 일요일 오전에는 160여명이 오체투지하며 성찰의 시간...
올해 선정하지 못한 5천만원 대상기금은 올해 내년 환경 활동현장으로 투입될 예정...
2023년 11월 19일 지리산 산내마을 실상사에서 제 4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첫 눈이 내려앉은 지리산 봉우리들은 천지자연이 준비해 준 꽃다발 같았습니다. 지리산 살리기,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등 생명평화 운동의 발원지이고 중심지인 실상사는 사전 계획된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시상식을 위해 공간을 내주었습니다. 일찍 도착한 세상과함께 활동가들과 회원들은 하루종일 분주했습니다. 첫눈이 녹아 물이 고인 길에 물길을 내고 니어커로 모래를 퍼나르며 다음 날 있을 오체투지 길을 다졌습니다.
사진. 고군분투해온 환경활동가들을 천지자연도 축하해주는 듯 첫눈이 내린 지리산
- 서로 물들었던 시간 전야제 ‘연대의 밤’, 도법스님의 화두 ‘나’는 무엇인가?
18일 오후 8시에 열린 전야제에는 전년도 수상자, 올해 수상자, 환경상 심사위원과 환경상 운영위원회, 세상과함께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서로를 소개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응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리산 생명평화 운동를 이끄셨던 실상사 도법스님의 강의도 같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들려고 했지만 왜 세상은 계속 더 어려워지고 더 나쁜가? 방법과 길이 틀렸다. 길을 다시 찾아야한다. 그 시작은 ‘나’ 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부터다”라는 말씀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범종교 공동체 연대가 만든 생명평화 무늬를 설명해주셨는데, 모든 종교는 생명으로 통한다는 말씀이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요약해보면 “내 안에 내 생명이 따로 있지 않다. 그런 생명이 없다. 온 우주 유형무형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산다. 너와 남남 아니고 자연과 내가 남남이 아니다. 만물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 더불어 함께 자비와 사랑에 천착해서 미래를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생각해보니 환경 활동가들은 확장된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랑꾼’들입니다.
사진. (좌)실상사 선재집에서 열린 전야제 참가자들 / (우)생명평화무늬. 왼쪽 해, 오른쪽이 달인데. ‘나’는 해. 달. 만물과 서로 연결되어있고, 연결이 끊어지면 살 수가 없는 ‘나’의 존재 모습이 담겨있다.
- 내 안의 어지러움을 내려놓고, 모든 생명이 평화롭길.... 기도한 오체투지
전야제를 마치고 땅이 얼지 않길, 눈비가 오지 않길 조마조마하며 밤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시상식 날은 해가 환하게 떴습니다. 세상과함께 활동가와 회원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질컹한 땅에 모래를 뿌리며 시상식 장소와 오체투지길을 다시 한 번 매만졌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찾아보고 싶습니다.”
“저에 대한 성찰을 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슴으로 마음으로 대지의 숨결을 느껴보겠습니다.”
“삼보일배 오체투지의 정신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개발에 찢기고 상처 난 대자연 대지의 아픔을 생각합니다”
“동물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
“대지의 숨결로 제 자신의 숨결을 정비하고 싶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의 전쟁이 어서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도 환경이며, 자연이므로 자연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2023년 함께하는 오체투지 참가신청자들의 ‘한마디’에서)
아침 10시 반 오체투지단이 ‘기도’를 품고 모여들었습니다. 실상사 어린이 법회에 참가하는 산내 초등학교 학생들과 세상과함께 어린이 회원들도 오체투지 대열의 뒤에 섰습니다.
‘지구는 우리의 부모’. ‘환경을 지키는 것은 나를 지키는 것’, ‘우리도 자연을 지킬께요’ , ‘산은 모두의 집입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환경 피켓은 어른들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지리산... 지리산은 우리 민족에게 청정자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한반도의 역사와 생명들을 지켜보고 품어온 산이지요. 2000년대 초 성찰을 기반으로 대안적 삶을 모색해온 생명 평화운동이 시작된 곳이고, 2008년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이 오체투지를 시작하셨던 곳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지역에 평화가 깃들기를 세상 골짜기 골짜기에 생명 평화의 종소리가 가닿길 기도하며 오체투지가 시작되었습니다.
... 지리산 마고할미시여, 한라산 설문대할망이시여!
전쟁과 온갖 난개발에 희생된 뭇 생명들이시여!
단기 4356년 유세차(維歲次) 계묘년(癸卯年) 10월7일(11월 19일)
오늘 다시 삼보일배 오체투지의 길을 이어갑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온몸을 던져 땅바닥에 사람 도장을 찍고, 몸 도장을 찍습니다
삼보일배 참회의 큰절은 이 지구에서 가장 사람다운 춤이요,
오체투지 성찰의 몸 도장은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입니다
(2023 환경상 오체투지 기도문 ‘삼보일배 오체투지, 이 땅 위에 생명평화의 ‘몸 도장’을 찍습니다’에서. 이원규 시인)
참가하신 대구 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1회 환경상 공로상 수상)은 “비로소 내가 이 지구별의 한 생명이 되었음을 느꼈다. 또한 그 것은 참회의 시간이었다. 그 동안 남을 탓해왔던 숱한 지난 날이 너무 부끄럽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그래서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쏟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었다”하고 전했습니다. 경주에서 온 세상과함께 장홍석 회원님은 생각이 줄어드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사진. 자신이 마음 속 욕심과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모든 생명이 평화롭길 기도했던 시상식 오체투지. 차를 타면 1분, 걸으면 5분 걸리는 700미터를 자벌레의 속도로 땅의 숨결을 느끼며 갔습니다.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한 여러분들의 분투가 없었다면 얼마나 이 시대가 적막했을까
실상사에서 공양해주신 나물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환경상 시상식이 시작되었습니다. 2회 시상식부터 자원봉사를 해온 신재헌 회원은 준비해온 따뜻한 짜이로 초겨울 바람에 언 참가자들의 몸을 녹여 주었습니다.
올해 환경상은 11개 개인과 단체가 수상했습니다. 마음 아픈 가자 지구의 평화를 기원하는 묵념으로 시상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연 세상과함께 이사장은 “경제와 개발로 행복의 기준을 삼아 우리 모두가 아프고 바쁘고 앞만 보고 돌아갑니다.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하듯이 천천히. 자벌레처럼 엎드려 사유할 때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작은 모임이 미래의 생명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큰 축복이라고 여깁니다”며 늘 고생하시는 이 땅 환경활동가들을 따라가며 응원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청소년 발원문이 이어졌습니다. 실상사 작은학교를 올해 졸업한 임양시현은 “죽어간 생물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온전한 한 계절의 가을을 느낄 날이 올까요” 질문하며 자비의 마음과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발원했습니다.
이철수 환경상위원회 심사위원장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해야할 일이 뭇 생명을 섬기고 우리가 소모하는 자원은 할 수 있는 한 아끼고 어머니 대지에 안긴 어린 생명처럼 살아갔어야 하는데 참 오만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부른 이 참사의 희생양은 저개발 국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가고 뭇생명들이 우리 인간의 오만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한 여러분들의 분투가 없었다면 얼마나 이 시대가 적막했을까는 생각에 상을 드리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시상식 동안 박남준 시인님의 축시, 신규민 소프라노와 위니앙상블의 축하공연은 힘들고 외로웠을 수상자들의 시간에 감사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많은 전년도 수상자들이 참가해 시상을 하고 축하해주셨습니다. 수상자 한 분 한 분 소감을 들으며 환경 현장의 분투와 바램을 알게되었습니다. 현장의 간절함에 함께 눈물을 흘렸고 큰 박수로 마음을 실었드렸습니다. (수상자들의 이야기는 시상식후기 2편에 실습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할 수 있으니
절하겠습니다
삶의 간절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비로소 눈먼 날들이 나를 여기 이끌었는지
살아 있으니 절합니다
내 안의 당신께 절합니다
( 박남준 시상식 축시, ‘내 안의 당신께’ 에서 )
추운 날씨에도 전국에서 오체투지 기도에 참가해주신 전국의 시민들, 고마운 환경활동가들에게 힘이 되어준 세상과함께 회원님들, 사전 계획되었던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공간을 내어주신 생명평화 도량 실상사와 인드라망 활동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24년에도 (사)세상과함께는 현장에서 ‘나’와 그물코처럼 연결된 천지자연과 뭇 생명들을 공경하며 지키고 있는 생명 평화 사랑꾼들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사진. 2023년 환경상 수상자들(좌), 시상식 참가자들과 함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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