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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수상자 인터뷰 2편]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대표 작성일 07-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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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수상자 인터뷰 2편]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대표


- 산업단지특례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매립장과 소각장은 국가가 책임지고 설치ㆍ관리해야...  

- 농본의 꿈은 농촌과 농민들을 최대한 지원해서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법제도적, 정책적 문제점을 분석해서 대안을 모색하고 만들어가는 것...

- 개인의 꿈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 

- 환경과 농촌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법과 운영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공생 가치가 뿌리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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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 3회 연구지원기금분야 환경상을 수상한 ‘농본’의 하승수 대표 


하승수 대표는 변호사이자 시민사회 활동가입니다. 2013년 수도권 생활을 접고 홍성군으로 귀촌했습니다. 환경 활동을 했던 그가 귀촌했다는 소문을 듣고 가까운 서산, 당진 분들이 찾아와 산업폐기물 문제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는 전국에서 찾아와 도와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농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거절하지 못해 하나씩 돕다가 2021년 공익법률센터 ‘농본(農本)’을 만들어 제대로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2022년) 제 3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환경연구지원기금 분야에 수상했고, <산업단지 폐기물 매립장 피해현황 조사 및 제도개선 공론>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월 봄비가 내리던 날, 홍성군 지역센터마을활력소 한켠에 마련된 농본 사무실에서 하승수 대표를 만났습니다. 환경상 연구기금을 받은 후 농본에 새로운 활동가가 한 명 더 늘었다고 세상과함께에 고마움을 전하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  환경상 환경연구지원기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작년 수상하신 이후에 어떻게 지내셨어요?

“작은 단체다 보니까 활동가들의 급여와 기본 운영비 정도 말고는 재원이 부족하니까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따로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데, 작년에 지원을 받아서 약간 크게 사업을 구상을 할 수 있게 됐죠. 올 초부터 자료 조사하고 다음 주 수요일부터 지역 순회 토론회를 시작하거든요. 충남부터 시작해서 전북, 전남, 경북, 강원까지 순회한 후 서울에서 함께 모아서 해보려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 오랫동안 사회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요즘은 ‘농본’ 활동만 하고 계세요? 

“서울에서 예산 감시, 권력 감시 이런 일을 하고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계속 해왔어요. 중요한 일이니까 시간 되는대로 예전 활동들을 도와주는데 주로는 농본 활동을 합니다.


- 수상 후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수상을 아는 분들은 잘 됐다고 다들 그러시죠. 저희가 돈이 필요한 단체니까... 보통은 주민들이 각출해서 ‘주민대책위’를 꾸려서 활동을 하는데, 이런 주민대책위들을 모아서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제도개선같은 것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하고 싶어도 재원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이제는 재원이 있으니까 토론비도 드릴 수 있죠. 그 분들은 이런 자리에 초대받아서 얘기를 한 적이 없거든요. 관공서를 찾아가도 민원인 취급당하고 주로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지 본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 산업단지 폐기물 매립장 피해 현황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자료로만 파악이 안 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 이야기를 직접 들어야지 정확하게 어떤 문제인지 알 수가 있는데, 농촌 주민 대부분이 민간 기업의 ‘산업단지 사업’ 때문에 집과 땅을 뺏겨 강제수용 당하고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추진되면서 겪게 되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글로 정리를 못 하시거든요. 그래서 지역순회토론회로 주민들의 입으로 직접 자기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를 하게 해서 면단위의 시골구석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역 언론이라도 보도하게 하거나 그 지역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게 드러내는 작업을 하려는 거예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대부분 농촌 마을 면 단위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가령 경상북도에 있는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도 경상북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 파악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토론회를 하면 그래도 파악이 되니까 직접 말씀하실 수 있는 자리를 우리가 만들고 그분들이 겪고 있는 경험을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하고, 그걸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정리해서 전국적인 피해 실태를 파악을 하고 가을에 한번 서울에서 토론회든 시위든 기자회견이든 해보자는 그런 계획이죠. 여러 지역의 농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슷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이 문제들을 제대로 공론화하는 것을 처음 시도하려 합니다."


- 충북, 충남이 산업단지 폐기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간단합니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교통이 좋잖아요. 산업단지나 산업폐기물처리 시설은 교통이 좋은 게 유리하거든요. 제일 큰 피해가 충남 북부 지역 당진, 천안, 아산이고 충북 북서부 지역 진천, 음성, 청주 등이예요. 그쪽으로 공장이나 산업단지, 산업폐기물 시설들이 많이 몰리고 있어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데는 간헐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여기는 집중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제일 안타까운 거는 농촌 마을인데 공장과 산업단지 사이사이에 마을이 있어요. 그 정도로 무분별하게 막 들어온 거예요. 

처음에 들어올 때는 주민들이 뭔지 몰랐는데 10년, 20년 지나면서 암 같은 건강 피해를 입고, 농사 짓는 데 계속 이상한 것이 날아오고, 비가 내리면 예전에는 물이 안 넘쳤는데 하천이 범람하는 여러 유형의 피해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게 더 들어오려고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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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농본 사무실에 걸린 전국 산업단지 현황지도..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남북도에 공장, 산업단지, 폐기물 시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 마을이 먼저 있었을 텐데요.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여생은 여기서 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요. 농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지경까지 가요. 그 분들이 농사를 계속 지으려면 옆에 농지를 구해야 되는데 감정평가 보상금으로는 농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삶의 기반을 잃어버리는거죠. 그런데 인구증가, 일자리창출... 이런 걸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조건 좋다고 인허가를 해주는 거예요.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나 공무원들이 주민들 입장에서 생각을 안 하는 거죠.”


-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되나요? 

“현장을 다녀보면 산업단지는 들어서 있는데 실제로 공장이 안 들어와 있어요. 땅이 엄청 넓은데 그중에 일부만 공장으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실입주율이나 실가동률은 떨어져요. 분양받은 회사가 몇 년 있다가 팔고 떠나거나,  산업단지 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아파트 짓는 용도인 경우까지 있어요. 산업단지에도 아파트를 일부 지을 수 있어서 기업들이 부동산 투기처럼 하는 거죠. 

산업단지가 들어와도 일하는 사람들은 다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으니 환경만 오염되고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 숫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까지 발생하는데 진짜 농촌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죠. 더 나쁜 거는 주민들한테 정확한 정보를 안 알려주는 거예요. 한지역의 사례를 들면, 산업단지 추진할 때는 좋은 첨단 공장들만 들어온다고 했는데 이상한 악취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유해 물질을 내뿜는 공장들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구요. 또 산업단지가 들어온 후에, 이제는 매립장 한다며 전국에서 폐기물을 다 가져오고 돈이 되는 유해성이 강한 지정 폐기물까지 매립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얘기가 다른 거죠. 지금 산업 폐기물 매립장은 인허가를 받으면 전국 폐기물을 다 받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 법이 그렇게 돼 있어요. 예전엔 지하를 10m, 15m 정도 파고 매립했다면 이제는 40m, 50m까지 파요. 매립장 면적이 한정되어 있으니 최대한 많이 매립하려고 깊이 파는 거죠. 이렇게 깊이 파도 안전한지에 대해 의문이 존재하는데, 민간업체들은 무조건 40m, 50m를 파고 지상으로 15m 정도까지 쌓아서 총 55미터 높이로 산업폐기물을 매립하려고 하는 거예요. 민간 기업들이 이러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는 손 놓고, 지역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 그래서 법률 개정 활동이나 인터뷰를 계속 하시나요?

“지역의 주민대책위와 환경단체들이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영향력이 없어요.  서울의 소위 중앙 언론들에게 관심을 못 받아요. 지자체들이 산업단지는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지역언론들도 폐기물 매립장이나 산업 폐기물 소각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기사가 나와도 원인이 되는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얘기를 잘 안 하죠.” 

 

- 대안이 있을까요?

“산업단지는 이미 충분히 많이 있거든요. 전국에 지금 1200개 이상 산업단지가 있고, 노후 산업단지들도 많이 있어요. 지금은 새로운 산업단지를 지을 게 아니라 노후화되고 있는 산업단지를 어떻게 재생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요. 산업단지라는 게 결국 전기, 에너지하고 물을 많이 쓰는 거거든요. 새로운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큰 규모로 농지와 임야가 사라지는 것이거든요. 기후 위기 시대에 지금처럼 계속 지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 법률적인 대안은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이라는 게 있어요. 그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절차가 좀더 시간도 걸리고  신중했는데, 지금은 이 산업단지가 꼭 필요하고 타당한지 제대로 검증하는 절차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그 특례법부터 폐지를 하자’, 새로운 매립장이나 소각장은 공공 영역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라’, ‘생활 폐기물을 각 지역 지자체가 해결하는 것처럼 산업 폐기물도 자기 권역에서 해결하자’ 이렇게 대안을 짜놓은 상태죠."


- 왜 민간 기업은 자꾸 신규 허가를 내려고 하나요? 이익이 많나요?

"기업들은 산업단지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더 관심이 많아요. 돈이 되거든요. 최근에 경남 사천에서 항공우주 관련 산업단지 하나를 공사하고 있다가, 공장이 유치가 안 된다는 이유로 전체를 통으로 폐기물 단지로 바꾸려는 사례까지 나왔어요. 산업단지로 얻는 이익보다 매립장이 그 안에 하나 있어서 폐기물을 받으면 순이익은 5배, 10배 이상 날거예요. 

지금 SK나 태영 이런 대기업들이 산업폐기물 시장에 들어왔는데 최근 SK가 폐기물 매립 업체 하나를 1,900억 주고 인수를 했거든요. 그 만큼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팩키지로 묶어서 추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자체가 산업단지는 찬성하니까, 거기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을 묶어서 같이 추진하면 반대가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 찾아오는 피해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찾아오시는 농촌 주민들을 만나면, 사업이 추진되는 단계가 많이 달라요. 아주 사업추진 초기 단계에 있는 경우에는 농본이 도와드리고 주민들이 잘 대처하면 마을과 환경을 지킬 수 있는데, 사업이 많이 진행된 단계인 경우에는 대처하기가 어려워 마음이 아프죠, 충북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는 10가구가 지금 강제 이주 당하기 직전이에요. 삽교호도 중요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처인데 송전탑이 섰어요. 그런 경우들이 참 안타깝죠. 폐기물이든 공장이든 귀농 귀촌하신 분들이 보니까 너무 심각한데 주민들이 그냥 살아온 경우들도 있어요. 외부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지역과 마을을 지키려는 주체가 있을 때는 도와드릴 수 있지만 농촌이 워낙 고령화되고 인구가 줄다 보니까 대처하거나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들도 참 안타깝죠.”


-  농본(農本)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2013년 홍성에 땅을 구해서 정착하려고 집을 지었는데, 한 군데 두 군데 찾아오는 거예요. 처음에는 가까운 청양, 서산, 당진에서 찾아오시다가 나중에는 전국에서 찾아오셨어요. 도와달라는 상황이 다 똑같은 거예요. 서울의 다른 변호사들한테 부탁을 하기도 하고 단체로 연결하기도 했는데, 농촌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돕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제가 지금 찾아보는 법들이 도시에 살 때는 전혀 찾아보지 않던 법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할 거면 제대로 하자’ 해서 농본(農本) 이라는 비영리 시민단체를 만들었어요. 도시에서 인권이나 노동 쪽으로 변호사들이 같이 하는 공익법 단체처럼 농촌, 농업, 농민에 맞는 공익법 단체를 만들게 된 거죠.”



- 농본(農本)이라는 이름에 담고 싶은 의미가 있었나요?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님이 ‘농본주의’라는 말을 하셨어요. 기후위기 같은 생태위기를 해결하려면 농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 즉 생태문명으로 가야한다는 의미죠.”



- 귀촌하시면서 기존의 일도 쉬고 지내실 수도 있었을 텐데 외면하지 않고 일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성격이다보니까(하하). 잘못된 일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봤을 때 ‘내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문제를 들여다보는데 대기업하고 사모펀드들이 나오더라구요. 처음에는 산업폐기물 문제로만 생각했다가 결국 돈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알게 되는 게 많아지고 잘못된 게 더 많이 보였어요.”



- 활동하면서 어려우신 점은요? 


“예전에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도 못 찾고 있을 때하고 비슷해요. 차이점은 노동자들은 모여 있으니까 힘을 합치기가 좋은데 비슷한 문제를 겪는데 농촌 주민들은 다 흩어져 있어요. 기후 위기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농촌, 농업, 농민들을 잘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힘을 모으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 ‘농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농본주의. 농사나 농촌, 농민이 존중받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문명으로 가는 게 저희가 꿈꾸는 거에요.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농촌이나 농민들을 최대한 잘 지원하고, 법제도적·정책적 문제점을 분석해서 대안을 모색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  대표님의 개인적 꿈이 있으실까요? 

“제가 보니까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의 문제가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걸 자각을 못하고 너무 많은 욕심을 품어요. 일 욕심도 욕심이잖아요. 겸손이나 타인에 대한 존중, 내가 할 일과 하지 않아야 될 일을 구분해 나가는 것을 어떻게 좀 잘 할 수 있을까 이게 개인적인 차원의 고민이예요. 남들이 어떻게 볼지 몰라도 일이 좀 많고 바쁘긴 하지만 저는 제가 그냥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한계도 모르고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개인적인 꿈입니다.

사회적으로는 고민이 많죠. 아까 농본주의와 생태문명을 말했는데 저는 핵심이 ‘공생’이라고 보거든요. 사람과 사람도 공생하고, 사람과 자연도 공생하는 건데 우리가 너무 많이 벗어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공생’의 가치가 좀 더 뿌리 내렸으면 좋겠는데, 인간이 자연을 망가뜨리고 있고 사람 사이의 관계도 공동체도 지금 다 망가지고 있는 게 고민이죠."

 


- 산업단지 문제를 비롯해 전국의 환경 현안들이 많이 있는데요. 법률 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까요?  

"법 제도의 문제점이 굉장히 크고 그 법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가령 산업단지와 산업 폐기물 외에도 농촌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가 석산난개발 문제인데, 토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산을 아예 다 깍아요. 계속 도로를 닦고 공항을 만들고 건설 공사를 하기 때문에 자갈과 모래가 필요하잖아요. 토석 채취 허가를 받는 게 쉽고, 관련 법조항을 보면 이렇게 건설사업을 계속 많이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어요. 지금까지는 계속 건설하고 부수고... 환경에 대해서 적당히 파괴해도 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돼요. 법이 문제가 많은데, 이걸 전체적으로 바꾸려면 정치하는 사람들만 생각이 바뀌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패러다임, 그리고 시민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되는 거죠. 산업단지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도시에 있는 사람들도 농촌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데 ‘저거는 아닌 것 같다, 잘못된 것 같다.’ 이런 생각도 좀 할 수 있고, 환경에 대해서도 그냥 눈으로 보는 환경이 아니라 정말 몇 십 년, 몇 백 년, 몇 천 년까지도 생각하고, 흙이나 물이나 공기를 어떻게 지킬 건지 이런 근본적인 생각을 좀 해야 되는데... 사회적인 인식과 개인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가 고민이 되죠. 그래야 법도 바뀌고, 단순히 법 몇 개 조항을 바꾼다고 환경과 농촌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 한의사로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공생관계가 깨져 병이 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환경, 농촌 문제가 법제도와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가치의 문제이고,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바뀌어 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게 사람마다 계기가 여러 가지가 다양하게 있을텐데,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책, 영화, 영상 등을 통해 받는 영향이 있지만 사람을 통해서 받는 영향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선한 영향력이죠. 수경스님이나 문규현 신부님이 삼보일배하고 오체투지 하실 때 사람들에게 ‘저렇게 행동하실 수 있구나’ 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쳤고 남아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물론 속도가 너무 더디지 않겠냐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요즘에 ‘김장하’ 라고 경남에 사시는 어르신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분을 뵌 적은 있는데 영상으로 나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 분에 대해서 알고 감동도 받는 거잖아요. 생각이 말로나 글로는 잘 안 바뀔 수도 있지만, 사람을 보고 우리가 좀더 구체적으로 배우잖아요. 저도 그런 좋은 분들의 영향을 받아서 생각도 정리하고 삶도 정리가 됩니다.”



 - 세상과함께 회원들이나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신가요?

“세상과함께는 ‘돈과 함께’가 아니라(웃음) 이웃과 함께, 가족과 함께, 동료와 함께, 뭇 생명과 함께, 자연과 함께 그런 의미도 다 담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개인들의 생각, 개인들의 실천만으로 이 세상이 나아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세상과함께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복지나 이런 쪽은 바로 눈에 보이는 뭐가 있지만, 환경이나 농촌 쪽 일을 하는 단체나 개인들을 잘 지원을 안 하는 게, 지원하는 쪽에서 무슨 생색이 나는 일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그런 걸 한다는 것이 훌륭하다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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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성군 농본 사무실 앞에서. 하승수 대표와 미디어위 팀 활동가들 


인터뷰를 마치고 홍동면 운월리 논밭 사이에 있는 농본 사무실에 가봤습니다. 폐기물 매립장을 막아 낸 오두리 마을 주민들이 대책위에서 쓰던 컨테이너를 직접 트럭에 실고와 논밭 공터에 세우고 지붕도 설치해서 ‘농본’ 사무실이 되었다고 합니다. 문득 컨테이너 건물이 운월리 논밭에 심어진 ‘연대의 씨앗’처럼 보였습니다. 흙냄새를 품은 봄비와 바람도 ‘사람책’으로 또렷해진 마음에 부드럽게 스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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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두리마을 폐기물매립장 저지를 막아낸 후 대책위에서 쓰던 컨테이너가 홍동면 운월리로 옮겨져 ‘농본’ 사무실이 되었다. 논밭에 심은‘연대와 성공의 씨앗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