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 새벽, 생명이 숨 쉬는 땅 ― 이인식 선생님과 함께한 우포늪 생태탐방 | 작성일 | 05-16 16:04 |
글쓴이 | 최고관리자 | 조회수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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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생명이 숨 쉬는 땅
― 이인식 선생님과 함께한 우포늪 생태탐방
새벽 5시 30분. 아직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시간,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삼삼오오 사람들이 숙소 앞으로 모였습니다. 평소라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 그러나 한 번쯤 꼭 만나보고 싶었던 자연의 심장부 ‘우포늪’을 향해 떠날 채비를 하고있었습니다.
■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
사실 처음 계획은 이보다 한 시간 이른 4시 반, 일출과 함께 우포늪의 아침을 맞이하려했습니다. 하지만 짙게 낀 구름에, 탐방단은 조금 늦춰진 시간에 발걸음을 뗐습니다.
수목마을을 지나 늪지대로 향하는 길. 길옆의 논에는 왜가리가 고요히 있고, 전깃줄 위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리듯 노래를 주고받습니다.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생명의 소리들이 서서히 귓가를 채웁니다.
■ 왕버들 군락, 물 위에 그린 동양화
우포늪에 닿았을 즈음,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늪지를 덮었습니다.
우포늪을 둘러 있는 왕버들나무 군락은
한 폭의 동양화 같았습니다.

사진3 우포늪의 왕버들나무와 나무 그림자
수면 위에는 생이가래, 마름 등 수생식물들이 고요히 떠있고, 그 사이를 휘감듯 왕버들나무 가지가 드리웁니다.
아무런 인공 구조물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낯선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것은 찔레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며 새벽 공기와 어우러집니다. 나무들은 제각기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새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은 채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 쪽배에 오른 아이들, 사진 갤러리에 선 어른들

사진4 우포늪에서 쪽배 타는 아이들
아침식사 후 아이들은 작은 쪽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아이들은 물과 식물, 그리고 하늘의 새들과 같은 눈높이로 마주했습니다.
한편 어른들은 ‘정봉채 사진 갤러리’에 들렸습니다. 이곳은 20여 년 동안 우포늪을 오롯이 렌즈에 담아온 사진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기록하고 호소하는 겁니다.”
작가의 말은 무겁게 울립니다.
■ 사라졌던 새, 돌아오다 ― 따오기 복원의 기적
오후 일정은 ‘따오기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한때는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따오기는, 산업화와 환경 파괴로 1970년을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후 2008년, 우포늪에 ‘따오기 복원센터’가 세워졌고,
긴 복원 노력 끝에 오늘날, 우포늪 인근 마을 논에서도 따오기를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6 논 위의 따오기
붉은 얼굴, 길고 곡선진 부리.
멀리서 보면 공룡의 후예처럼 보이기도 하는 따오기는 이국적이고도 신비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들이 자유롭게 논과 하늘을 오가는 장면은 단순한 생태 관찰 그 이상의 감동이옵니다.
■ 머무는 도서관 - 우포자연도서관
마지막으로 찾은 우포자연도서관은 오래된 농업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은 탐방객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생태교육장소,
마을 사람들의 작은 영화관이 되었습니다.
우포의 자연을 배우고, 체험하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만든 이 도서관은
단지 책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우포를 지키는 또 하나의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사라졌던 새가 돌아오고,
잊혔던 늪이 다시 사람들을 부른다는 것.
자연은 언제든 복원될 수 있지만,
그 시작은 늘 인간의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
우포에서 보낸 이 하루는 단지 풍경을 본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묻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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